1776년 7월 4일, 필라델피아의 뜨거운 여름날 속에서 인류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위대한 문서가 탄생했습니다.
토머스 제퍼슨이 초안을 잡고 존 핸콕, 벤자민 프랭클린 등 56명의 건국 아버지가 서명한 미국 독립선언서입니다.
이 문서는 대영제국의 압제에 맞서 자유와 평등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선포한 미국의 심장이자 영혼이었습니다.
현재 워싱턴 D.C.의 국립문서기록관리청 전시관에는 방탄유리, 아르곤 가스, 최첨단 온습도 조절 장치로 삼엄하게 보호받는
독립선언서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전 세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이 빛바랜 양피지 문서를 보기 위해 줄을 섭니다.
하지만 여기서 충격적인 역사적 반전이 일어납니다. 우리가 오늘날 박물관에서 마주하는 그 문서는, 사실 7월 4일 당일 밤에 완성되어 건국의 아버지들이 가장 먼저 읽고 검토했던 진짜 최초의 오리지널 원본이 아닙니다.
백악관과 사학계를 수백 년간 당황하게 만든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정치적 미스터리, 미국 독립선언서 원본 증발 사건의 내막과 사라진 첫 번째 문서의 행방을 추적해 보겠습니다.

우리가 아는 독립선언서는 진짜 원본이 아니다?
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서는 1776년 7월 4일 당일의 타임라인을 과학적으로 재구성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이 건국의 아버지들이 커다란 양피지에 멋지게 서명을 마친 완벽한 서류를 7월 4일에 완성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후대에 만들어진 시각적 환상에 불과합니다.
1. 7월 4일 밤: 대륙회의에서 독립선언서의 텍스트 최종안이 통과되었습니다. 당시 토머스 제퍼슨이 손으로 쓴 초안은 수정
제안으로 인해 사방이 지워지고 고쳐 쓴 흔적으로 가득한 지저분한 상태였습니다.
2. 최초의 인쇄: 대륙회의는 이 최종 텍스트를 즉시 대중에게 공표하기 위해 7월 4일 밤, 필라델피아의 인쇄업자 존 던랩에게
보냈습니다. 던랩은 밤새 약 200장의 전단지 형태로 독립선언서를 인쇄해 냈습니다. 이것이 바로 역사에서 말하는
던랩 브로드사이드 입니다.
3. 우리가 박물관에서 보는 문서: 우리가 현재 박물관에서 보는 멋진 글씨와 서명이 담긴 양피지 문서는, 7월 4일 통과된 텍스트를
기반으로 약 한 달 뒤인 1776년 8월 2일에서야 비로소 정자체로 다시 필사되어 서명된 공식 기록
용 사본입니다.
그렇다면 진짜 질문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7월 4일 밤, 인쇄업자 존 던랩에게 전달되어 인쇄 기계의 활자를 맞추는 기준이 되었던, 토머스 제퍼슨의 친필 서명과 대륙회의의
승인 직인이 찍혀 있던 진짜 첫 번째 최종 승인 원본 문서는 어디로 갔을까요?
인쇄소에서 사라진 단 한 장의 종이
역사학자들의 정밀 추적에 따르면, 이 진짜 오리지널 원본 문서의 마지막 행적은 7월 4일 밤 11시경, 존 던랩의 인쇄소 작업대
위였습니다.
당시 던랩은 몰려드는 주문과 역사적 사명감 속에서 밤새 다급하게 활자를 고르고 잉크를 묻혀 인쇄기를 돌렸습니다.
활자 세팅이 끝난 후, 기준이 되었던 제퍼슨의 친필 원본 종이는 인쇄소 내부의 어딘가에 보관되거나 대륙회의 비서관이었던 찰스 톰슨에게 다시 인계되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튿날 아침, 인쇄된 200여 장의 전단지가 미 전역으로 뿌려진 직후, 그 기준이 되었던 최초의 친필 원본 문서는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당시에는 영국군과의 치열한 전쟁 중이었기에 건국의 아버지들은 서류 한 장의 보존보다 전선으로 독립 소식을 널리 알리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 결국 8월 2일에 양피지에 새로 깔끔하게 박제본을 만들기로 합의하면서, 사라진 첫 번째 원본에 대한 추적은
슬그머니 뒤로 밀려나고 말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미국 건국 사학계가 공식 인정한 백악관의 가장 뼈아픈 실종 사건입니다.
원본의 행방을 둘러싼 3가지 유력한 시나리오
수백 년 동안 FBI, 국립문서기록관리청, 그리고 비밀 보물 사냥꾼들이 추적해 온 오리지널 독립선언서의 마지막 행방에 대해 학계가 제시하는 3가지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습니다.
시나리오 A: 인쇄업자의 단순 폐기설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역사학자들이 두려워하는 결말입니다.
1776년 당시 종이는 귀한 자원이었지만, 활자 인쇄의 기준이 된 오염된 원고는 인쇄가 끝난 후 쓸모없는 이면지 취급을 받기 일쑤였습니다. 인쇄업자 존 던랩이 밤새 작업을 마치고 잉크와 기름이 잔뜩 묻은 제퍼슨의 오리지널 원고를 무심코 쓰레기통에 던져버렸거나, 다른 불을 지피는 땔감으로 써버렸을 가능성입니다. 만약 이 가설이 맞다면 미국의 진짜 첫 번째 독립선언서는 탄생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재가 되어 사라진 셈입니다.
시나리오 B: 영국군의 약탈과 런던 비밀 수장설
당시 필라델피아는 영국군의 강력한 공격 표적이었습니다.
실제로 전쟁 중 대륙회의는 영국군의 추격을 피해 독립선언서 양피지 본을 가방에 넣고 이리저리 도망쳐 다녀야 했습니다.
이 와중에 최초의 친필 원본 서류가 영국군의 스파이나 군대에 의해 탈취되어, 반역의 증거물로 영국의 조지 3세 국왕에게 보고되었을 가능성입니다.
[개연성]
영국의 한 오래된 귀족 가문의 저택 지하 창고나 국립보존서고의 깊은 미분류 상자 속에, 미국 반역자들의 서류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먼지를 뒤집어쓴 채 잠들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입니다.
시나리오 C: 프리메이슨과 건국 아버지들의 비밀 매장설
미국의 건국 아버지들 중 조지 워싱턴, 벤자민 프랭클린 등 상당수가 비밀결사 조직인 프리메이슨의 단원이었다는 점은 유명한
역사적 사실입니다. 할리우드 영화 내셔널 트레져의 모티브가 되기도 한 이 가설은, 건국의 아버지들이 진짜 첫 번째 오리지널
원본의 가치를 알아보고 영국군이나 후대의 권력자들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자신들만의 비밀 기지나 지하 벙커에 은밀하게 매장하여 봉인했다는 낭만적인 음모론입니다.
1989년의 기적: 벼룩시장에서 발견된 400억짜리 단서
비록 제퍼슨의 친필 오리지널 원본은 아니지만, 그날 밤 던랩의 인쇄소에서 찍혀 나왔던 200여 장의 첫 번째 인쇄본 역시 현재는
단 26장만 살아남아 한 장당 가격이 수백 억 원을 호가하는 초특급 보물 대접을 받습니다.
이와 관련해 1989년,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기적 같은 실제 사건이 발생합니다.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남성이 지역 벼룩시장에서 단돈 4달러를 주고 낡은 그림 액자 하나를 샀습니다. 그는 그림이 아니라 액자의
프레임이 마음에 들어 샀던 것이었죠. 집에 돌아와 액자를 해체하던 그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림을 고정하기 위해 뒷면에 덧대어져 있던 빛바랜 종이 가방 틈새에서, 접혀 있던 독립선언서 전단 한 장이 툭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감정 결과 그것은 1776년 7월 4일 밤, 존 던랩의 인쇄소에서 찍혀 나온 진짜 26번째 던랩 브로드사이드 오리지널 인쇄본이었습니다. 단돈 4달러에 산 이 종이는 2000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무려 814만 달러에 낙찰되며 인류 역사상 가장 수지맞은 벼룩시장
득템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미국의 보물 사냥꾼들에게 엄청난 희망을 심어주었습니다.
1776년 7월 4일 밤에 사라진 그 최초의 친필 원본 문서 역시, 어쩌면 미국의 어느 오래된 시골 창고의 낡은 성경책 속이나,
액자 뒷면의 이면지로 조용히 숨겨진 채 누군가의 발견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확신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찾지 못했기에 더욱 위대한 미지의 유산
미국의 오리지널 독립선언서 원본 증발 사건은 건국 250주년을 바라보는 지금까지도 백악관과 연방정부의 지독한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진짜 첫 번째 원고가 사라졌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8월 2일에 만들어진 서명본 양피지를 더욱 신성시하며 극진히
보호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라진 첫 번째 문서의 행방은 현대 미국인들에게 언제 어디서든 우리 역사의 진짜 시작점을 발견할 수 있다는 짜릿한 역사적 모험심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인류에게 자유의 가치를 선언했던 토머스 제퍼슨의 그 첫 번째 친필 종이는, 지금 이 순간에도 미국의 어느 어두운 흙더미 속이나 이름 모를 벽장 속에서 숨을 죽인 채, 자신을 찾아내어 인류 역사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해 줄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